[판타지] 멸망한 세계의 편의점은 영업 중 12화 — 라면 세 개로 맺은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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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회수 명령을 내렸는지, 총을 가진 사람은 누구였는지, 왜 공개하지 않은 재고표를 가지고 있었는지.
심부름 온 남자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태준은 그 말을 그대로 적고 질문 목록도 넘겼다. 돈이 도착했다고 질문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심부름꾼을 붙잡고 화를 낸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봉투 안에는 수령 확인서가 있었다. 서린이 한 줄씩 읽었다. 태준은 약을 사는 데 쓸 수 있는 돈이라도 받으면 안 되는지 물었다. 서린은 자기가 대신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누구 몫의 돈인지, 무엇을 받았다는 서명인지 먼저 구별하자고 했다.
그들은 경호 가족의 의사를 묻기 전에는 그 가족 몫을 받았다고 쓰지 않았다. 보관한 봉투는 잠그고 받은 시각과 금액만 남겼다. 태준은 물건과 돈을 기록하는 일이 이제 전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졌다고 느꼈다. 숫자를 맞춰 놓으면 끝날 줄 알았던 문제들이 숫자 뒤에서 계속 사람 얼굴을 내밀었다.
서린은 아침의 상황 기록도 꺼냈다. 후문을 확인하기까지 늦어진 시간과 무전이 끊긴 구간이 적혀 있었다. 자기 판단이 늦었다는 문장도 있었다. 태준은 그걸 지워 주고 싶었다.
“그때 다른 방법이 있었겠습니까.”
그가 묻자 서린은 한참 뒤 답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지금 정해 놓으면, 다음에도 안 찾게 될까 봐요.”
그녀는 종이를 접지 않았다. 태준도 자기 잘못을 작게 만들려고 다른 사람의 기록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는 자신이 문 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던 시간과, 계산대 화면을 놓지 못했던 일을 옆에 적었다.
서로를 탓하는 것과 틀린 순간을 남기는 것은 달랐다. 두 사람은 그 차이를 충분히 아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나씩 조심해서 적었다.
이네스는 저녁 전에 왔다.
한 손에는 세제, 다른 손에는 조리용 연료를 조금 들고 있었다. 자기 사람들도 이 근처에서 지내려면 몫을 내야 한다고 했다. 태준은 물건을 받기 전에 출처부터 물었다.
그녀는 거래한 거점과 받은 시각을 말했다. 포스가 평가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서로 무엇을 확인할 수 있고 없는지 드러내는 일은 가능했다.
서린은 공동 경계를 더 오래 이어 갈 수 있는지 물었다.
어제 이계인에게 물을 판 것 때문에 돌아선 주민이 있었고, 오늘은 공격이 있던 가게와 가까이하지 말자는 이계 피란민도 있었다. 함께 있으면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에는 각자의 근거가 있었다.
이네스는 자기 쪽에서 따를 사람이 몇인지 말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모두가 따를 것이라고 하지 않았다.
태준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대표하는 척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협상이 덜 무서워졌다. 복례는 지켜야 할 곳을 셋으로 나눴다. 학교, 보건소, 편의점. 어느 한곳이 위험해졌다고 다른 두 곳 사람을 함부로 몰아넣지 않기로 했다.
서린은 수락 전에 인력과 휴식 시간을 다시 계산했다.
싸울 사람이 몇인지 세는 데 쓰이던 종이에 쉬어야 할 시간도 같은 크기로 적혔다.
라면 세 개의 자리
태준은 라면을 세 개 꺼냈다.
라면 세 개의 자리
식사를 제안할 때부터 들뜨는 말은 하지 않았다. 조리할 물을 따로 확보했고 필요한 만큼만 데웠다. 세 사람은 계산대 뒤쪽의 작은 접이식 탁자에 앉았다. 서린, 이네스, 태준이었다.
이네스는 뚜껑에 그려진 그림부터 읽었다.
통역판이 제품 이름을 ‘화난 붉은 수프’라고 옮겼다. 태준은 붉은색이라 그런 게 아니라 매워서 그런 거라고 설명했다. 서린이 포장을 보더니 그건 순한 맛이라고 말했다.
이네스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면 화나지 않은 겁니까?”
태준은 대답하려다 말고 처음으로 짧게 웃었다. 웃음은 금방 멎었다. 세 사람 모두 자기 목소리를 낯설게 들은 듯 잠깐 조용해졌다.
서린이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자는 말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 먹는 것이 누군가를 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태준도 뚜껑을 접었다.
세 컵이 같은 탁자 위에서 김을 냈다.
합의는 거기서 시작되었다. 경계 근무를 같이 하고, 민간 물자를 빼앗지 않고, 물건이 모자라면 상대를 속이기 전에 먼저 말한다. 군대 전체의 휴전이 아니라 이 골목을 쓰는 사람들의 작은 약속이었다.
그래서 당장 지킬 수 있었다.
배만수는 세 컵의 남은 국물을 보더니 접시 하나를 가져왔다.
태준이 말릴까 하다가 지켜보았다. 노인은 젓가락 끝에 국물을 조금 묻혀 접시 위에 동그라미 셋을 그렸다. 단순한 장난처럼 보였지만 마지막 선이 이어지자 국물 표면이 잠깐 떨렸다.
포스에서 소리가 났다.
태준은 벌떡 일어났다. 이네스도 젓가락을 놓았다. 만수는 접시를 천으로 닦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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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ChatGPT · 검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