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멸망한 세계의 편의점은 영업 중 13화 — 문 닫은 뒤의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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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도움으로 쓴 창작 판타지 소설입니다. 등장인물·도시·게임·제도·사건은 허구입니다.
만수는 끝내 자기 옛 이름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설명하지도 않았다. 이네스는 기다리다가 장부를 다시 옷 안에 넣었다. 태준에게는 지금 당장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다 옮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노인은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태준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좋은 말로 끝내려 하지 않았다. 자신이 모르는 상처를 화해시키는 주인처럼 굴 수는 없었다. 다만 만수에게 여기서 함께 일하려면 알려야 할 일은 알려 달라고 말했다.
만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 작아 처음으로 늙은 사람 같았다.
이네스가 나가고 가게 안에 남은 소리가 줄었다. 문밖 경계조가 교대했다. 해민이 한 번 안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갔다. 태준은 문 잠금 장치를 확인했다. 어제 망가진 정문 대신 옆문을 쓰고 있었으므로 자꾸 손이 원래 자리로 갔다.
새벽이었다.
가게를 인수한 지 열흘이 지났고, 문을 닫고도 해야 할 일은 줄지 않았다.
서린은 부서진 진열대에서 가격표를 떼고 있었다.
태준은 그걸 보고 그냥 내일 하자고 말했다. 서린은 반쯤 일어났다가, 태준도 여전히 재고표를 들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켰다. 서로 쉬라고 말하는 사람 둘이 남아서 남의 말을 안 듣고 있었다.
태준은 장부를 덮었다.
“십 분만 정리하고 끝내죠.”
“십 분 지나면요?”
“서로 쫓아냅시다.”
서린은 휴대전화의 시간을 켰다.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던 태준이 웃었다. 그녀는 자기가 알람을 안 맞추면 한 사장이 재고 하나만 더 세겠다고 할 거라고 했다.
“저 그렇게 부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라고 불러요?”
태준은 대답을 고르다가 말끝이 늦어졌다. 이름을 부르라고 하면 괜히 특별한 뜻처럼 들릴 것 같았다. 서린은 이미 알아챈 얼굴로 가격표를 내려놓았다.
“태준 씨. 이거 둘 다 버리는 거 맞습니까?”
태준은 진열대보다 자기 이름이 먼저 들려 잠깐 대답을 못 했다.
서린은 웃지 않았다. 놀리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더 곤란했다. 그는 가격표 두 개를 받아 한쪽만 남기자고 했다. 멀쩡한 플라스틱 틀은 다시 쓸 수 있었다.
서린은 쓰레기 봉투와 재사용 바구니를 나눠 놓았다.
이번에는 태준이 가르쳐 줄 차례였다.
진열대를 옮길 때 태준은 왼손을 등 뒤에 뒀다.
무의식적으로 쓰지 않으려는 버릇이었다. 서린은 반대편을 들어 주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힘을 주지 않아 한쪽이 먼저 들렸다. 태준이 놓으라고 하자 서린은 바로 내려놓았다.
“지금 들면 돼요.”
“하나, 둘에?”
“그냥 제가 움직이는 거 보고요.”
다시 들자 훨씬 쉬웠다. 무전이나 신호가 필요한 일보다 이런 작은 합이 더 빨리 맞을 때도 있었다. 태준은 새 진열대 자리를 정하다가 통로를 더 넓혔다. 경호가 지나가던 쪽이었다.
서린은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가 멈추면 같이 멈췄고, 다시 움직이면 따라 움직였다. 위로하는 말보다 힘들지 않았다. 태준은 자기 손의 통증보다 그 침묵을 더 또렷하게 느꼈다.
멀리서 창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서린도 같은 쪽을 보았다. 누군가 신호를 보내 별일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두 사람은 다시 바닥을 봤다.
아무 일도 없다는 확인을 받아야 다시 작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십 분 알람이 울렸다.
태준은 정말로 손을 뗐다. 서린이 약속을 지킨 사람이라는 듯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문 안쪽 벤치에 앉았다. 물 한 컵씩 나누어 들었다.
서린이 태준의 왼손을 보았다.
“많이 아픕니까?”
“아침보다는요.”
“더 아프다는 말이에요, 덜 아프다는 말이에요?”
태준은 자기 답을 다시 생각했다. 그는 괜찮다는 말을 피해 놓고도 통증의 방향은 숨겼다.
“더요. 피곤하면 자꾸 써서.”
서린은 잔소리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교대에서 손을 안 써도 할 수 있는 일을 골라 놓겠다고 했다. 태준은 그 말에 고맙다고 답했다. 전날까지라면 쓸모없다는 말처럼 들렸을지 몰랐다.
지금은 계속 같이 일할 방법을 찾는 말이었다.
그는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분도 손을 다쳤습니다.”
서린은 컵을 내려놓았다.
“물류센터에서요.”
그가 덧붙였다.
말을 시작하자 오래 삼켰던 기억이 마른 종이처럼 목을 긁었다.
출고 시간에 맞추지 못한 날이었다.
태준은 그날의 숫자를 아직 기억했다. 미완료 물량이 몇 개였는지, 마감까지 몇 분이 남았는지. 이상하게 사고가 난 정확한 시각은 기억이 흐렸다. 그전까지 붙잡고 있던 숫자만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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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ChatGPT · 검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