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멸망한 세계의 편의점은 영업 중 11화 — 정문은 한 번만 무너진다

STORY2026.10.29·15분 읽기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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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경호에게 접근하는 사람과 나머지 사람을 이동시키는 쪽을 나눴다. 태준에게 단말기를 버리고 오라는 말도 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계산대 화면을 붙잡고 있다는 걸 알았다.

방어를 끄면 경호가 더 위험할 것 같았다.

계속 켜면 남아 있는 에너지가 다 소모될 것 같았다.

그 두 생각 사이에서 손이 굳었다. 서린은 태준에게 자신을 보라고 했다. 그가 얼굴을 들자 짧게 말했다.

“사람 지나갈 구간만. 나머지는 포기하세요.”

태준은 방어 범위를 줄였다.

정문 전체를 지킬 수 없었다. 매장 일부를 내주었다. 돈을 주고 인수한 자기 가게가 깨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보호할 자리를 좁혔다.

해민과 다른 구조대원이 경호를 옮겼다. 태준은 그의 신발을 봤다. 어제 새 양말을 신은 발이었다. 바지 끝이 올라가 파란색과 검정색이 서로 다른 것이 보였다.

그런 사소한 것까지 보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밖의 무장대가 물러난 이유를 태준은 곧바로 알지 못했다.

다른 구조대 차량이 접근해서였는지, 재고 일부를 가져갔기 때문인지, 자신들이 원한 반응을 얻어서인지. 뒤늦게 사람들 말이 조금씩 모였다. 흰 차량이 방향을 바꿨고, 부상한 사람이 탔고, 누군가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태준이 직접 본 건 빈 문틀과 바닥의 먼지뿐이었다.

전투가 끝났다는 방송도 없었다.

소리가 줄어들자 사람들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는 다시 나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아무도 자신 있게 그렇다고 하지 못했다. 서린은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태준은 바닥에 앉았다.

손바닥의 상처가 터졌는지 붕대에 새 피가 번졌다. 그런데 그 통증보다 가슴의 빈 곳이 더 컸다. 경호가 누워 있는 쪽을 볼 수 없었다. 보지 않아도 어떻게 되었는지 알 것 같아서 더 무서웠다.

유나가 돌아왔다.

그녀는 태준의 손부터 보지 않았다.

그 표정 때문에 태준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경호의 이름은 사망자 칸에 적혔다.

태준은 그 칸을 처음 만들었다. 펜이 종이에 닿은 뒤에도 글자가 나오지 않았다. 복례가 옆에 앉았다. 쓰는 일을 대신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태준의 손이 멈춰 있는 동안 함께 기다렸다.

민경호.

마흔.

연락할 가족. 딸.

그는 딸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양말을 놀릴 거라고 하던 아이. 영수증을 검사한다던 아이. 그 많은 말을 나누고도 이름은 묻지 않았다.

경호의 가방에서 접힌 종이가 나왔다.

어제와 오늘의 영수증이었다. 아침에 물을 살 때부터 챙겨 둔 종이들이었다. 끝부분에 아이가 알아보기 쉽게 그린 작은 물병 그림이 있었다. 태준은 종이를 펴다가 손을 멈췄다.

자기가 발행한 영수증이 유품이 되었다.

단말기에는 이미 레벨5가 표시되어 있었다. 죽음은 성장량을 한 칸도 올리지 않았다. 그 사실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태준은 화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오전에 반가워한 빛까지 모두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

유나는 그 옆에 경호가 마지막에 가져온 가방을 놓았다.

노인의 연락처 수첩이 안에 있었다.

누구도 그것을 보며 잘한 일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뒤처리는 싸움보다 길었다.

남은 사람을 다시 셌다. 다친 사람, 실종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사람, 학교로 이동한 사람. 한 명이 두 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태준은 이제 알았다. 숫자가 안 맞으면 곧바로 사람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확인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불은 후문 바깥 적재물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였다. 상철과 다른 사람들이 남은 열기와 전선을 살폈다. 정확한 원인은 직접 확인한 범위에서만 적었다. 누가 무슨 수단으로 불을 냈는지 태준은 단정하지 않았다.

창고 안 재고는 남았다.

그 바깥에서 일하던 사람은 돌아오지 못했다.

태준은 선반을 보았다. 끝없는 공간이 처음으로 모욕처럼 느껴졌다. 저렇게 넓은데 경호를 눕힐 자리 하나 없었다. 그러나 그건 창고가 사람을 삼키지 않는다는 규칙이었다. 그 규칙이 나빠서 죽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 머릿속에서 자꾸 손쉬운 원인을 찾는 것을 알았다.

뭔가 하나만 탓하면 다음에는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린이 저녁에 작은 비닐봉투를 가져왔다.

공격자 중 다쳐 남겨진 남자의 소지품이라고 했다.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태준은 받은 과정과 만진 사람을 먼저 물었다. 서린은 짧게 답했다. 지금은 서로의 작은 확인 절차가 번거롭지 않았다.

종이에는 새벽24의 물자 목록이 있었다.

공개한 배정표가 아니었다.

외부 비축량, 차량별 출발 시각, 학교로 나가는 방향. 태준과 배송 담당자들이 쓰는 표의 일부였다. 낮에 취소된 경로까지 작은 수정선으로 남아 있었다.

태준은 자기 글씨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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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ChatGPT · 검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