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멸망한 세계의 편의점은 영업 중 8화 — 양말을 먼저 싣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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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분업 덕분에 태준은 종이만 볼 수 있었다.
“여기 사람 셋은 구조해서 데리고 가는 분들입니다. 길 막아 두고 구조 비용을 받겠다는 건지, 물자를 검사하겠다는 건지 하나만 정해 주세요.”
그의 말이 남자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듣기 시작했다. 유정호가 창문을 열고 다른 입주자에게 자신이 살아서 나간다고 알렸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차 안에 있다는 사실도 함부로 차량을 붙잡기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그들은 물자를 내지 않고 출구를 나왔다.
남자는 태준의 가게 이름을 물었다.
태준은 숨기지 않았다. 말하고 나서야 어쩌면 숨겼어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나 진우의 차량 옆 배송 기록판에 이미 적혀 있었다.
백탑의 경비는 웃지 않고 이름을 적었다.
돌아오는 길은 어제의 반대가 아니었다.
밤새 물이 고인 곳은 차가 지나갈 수 없었다. 전날 차를 밀어 냈던 길에는 새로운 차량이 들어와 막혔다. 사람들의 피란 방향이 바뀌면 길도 바뀌었다.
진우는 자꾸 내비게이션을 켜려 했다. 연결되지 않는 지도보다 익숙한 목소리가 필요했던 것 같았다. 태준은 휴대전화의 지나온 길 기록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기억이 다른 구간을 지도에서 따로 표시했다.
한 번 잘못 들었을 때는 차를 돌릴 공간을 찾느라 삼십 분을 썼다.
태준은 손바닥이 아파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를 악물었다. 차가 움직이지 않을 때마다 물건이 상하는 시간, 학교에서 기다리는 사람, 남은 연료가 머릿속에 올라왔다. 그럴수록 운전자 옆에서 재촉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는 대신 다음 골목의 표지를 읽었다.
진우가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될 만큼 또렷하게 말했다.
숲이 겹친 갈림길에서 처음으로 이계 병사들을 만났다.
정확히는 병사처럼 보이는 사람들 둘이었다. 짙은 회색 망토에 긴 창을 들고 있었다. 한 명은 머리 양옆에 작은 뿔이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귀 끝이 길었다. 둘 다 차가 다가오자 창끝부터 올리지 않았다. 길가에서 한 사람이 자기 장화를 벗으려 애쓰고 있었다.
서린이 앞 차량을 멈추었다.
태준은 루크를 처음 봤을 때의 각목을 떠올렸다. 차 안에 있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전에 생김새만으로 상대를 정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다가가도 안전하다는 뜻도 아니었다.
만수가 창밖으로 짧게 말했다.
처음 듣는 언어였다.
태준은 바로 노인을 보았다. 만수는 상대 말을 듣고 양말 꾸러미를 가리켰다. 그들이 거래를 원한다고 했다. 태준이 어디서 그 말을 배웠느냐고 묻자 노인은 지금은 길부터 열자는 말로 피했다.
이계 병사는 자기 장화 안쪽을 보이고 작은 금속 조각을 내밀었다. 태준은 값을 평가할 포스가 없었다. 가게 밖에서는 상점의 능력이 손님을 대신 믿어 주지 않았다.
그는 양말 두 쌍을 내밀고, 도로 쪽과 자기 지도 쪽을 가리켰다. 지나갈 수 있는 길 정보를 먼저 부탁했다. 만수가 옮겨 말하자 병사는 진흙 위에 길 모양을 그렸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아는 길과 막힌 길을 구별하는 손짓은 비슷했다.
진우가 배송 확인 도장을 꺼내 종이에 표시했다. 양말을 받은 병사가 그것을 보고 자세를 곧추세웠다. 만수가 말을 하자 병사의 귀가 조금 붉어졌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태준이 물었다.
“군공 확인이 아니라 물건 받았다는 도장이라고 했네.”
진우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자기 도장이 처음으로 높은 훈장이 된 순간이었다. 병사도 상대의 웃음이 조롱은 아니라는 걸 알았는지 입가를 잠깐 움직였다.
서린은 그 짧은 거래가 끝날 때까지 주위를 살폈다. 누군가 웃을 수 있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경계하고 있었다.
오후에 작은 사고가 났다.
앞 차량이 골목 모퉁이를 돌 때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태준은 차 아래에서 난 줄 알았다. 진우가 브레이크를 밟았고 뒤의 승합차가 멈췄다. 잠깐 모든 사람이 서로를 보았다.
검은 새 떼가 맞은편 상가 유리창에서 쏟아져 나왔다.
새들이 왜 거기 있었는지, 무엇에 놀랐는지 알 수 없었다. 소리는 무리를 이루자 하나의 커다란 소음이 되었다. 시야를 가리는 날개 사이로 건물 안에서 사람이 뛰어나왔다.
진우는 경적을 누르려다가 손을 멈췄다. 소리를 더 키우는 게 무슨 도움이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서린은 차 안에서 기다리라고 알렸다. 열린 문 하나가 사람을 빼앗을 수도 있었다.
태준은 붕대를 감은 손으로 창문을 가리려다가 내려놓았다. 작은 새라도 유리를 깨고 들어올 것 같았다. 무슨 능력을 써야 할지 찾았지만 국소 충격막은 편의점의 기능이었다.
자기 몸에 두르는 갑옷이 아니었다.
새 떼는 한참 뒤 반대편 골목으로 빠졌다. 안에서 나온 남자는 길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해민이 주변을 확인한 뒤 접근했다. 남자는 일어나 앉았고 말도 할 수 있었다. 다만 자기 가족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 몰랐다.
태준은 빈 좌석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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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ChatGPT · 검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