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멸망한 세계의 편의점은 영업 중 17화 — 친구에게는 팔지 못한 것

STORY2026.10.29·15분 읽기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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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책임이 남는 자리 장면을 그린 AI 삽화책임이 남는 자리

그날 당장 모두가 납득하지는 않았다.

태준도 납득했다는 얼굴을 만들지 않았다. 지금 할 수 있는 범위의 조치였고, 나중에 해야 할 책임이 남았다.

진우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접촉한 번호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태준은 화면을 자기 혼자 보지 않고 서린에게도 확인해 달라고 했다. 가족사진과 개인 안부까지 모두 옮기지는 않았다. 사건에 필요한 대목과 그 앞뒤 문맥을 구별해 보존했다.

어떤 메시지는 도착 시각과 발신 시각이 크게 달랐다. 통신이 끊긴 동안 밀린 것이었다. 그래서 화면에 먼저 있다는 이유만으로 순서를 확정할 수는 없었다. 진우는 직접 만난 때를 따로 말했다. 복례가 그 기억과 물품 이동 기록을 나란히 적었다.

점검을 묻는 메시지 뒤에 짧은 답이 남아 있었다. 진우의 계정에서 보낸 것이었다. 그가 직접 보냈다고 인정했다. 태준은 그 몇 글자를 보고 잠깐 시선을 돌렸다. 진실을 원했는데 눈앞에 놓이자 다시 안 보고 싶어졌다.

서린은 진우가 진술을 읽고 틀린 부분을 고칠 시간을 주었다. 사람들 앞에서 겁먹고 대답한 문장을 그대로 굳혀 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진우는 공급표를 넘긴 첫날에 적힌 문장 하나를 고쳤다. 그때는 병원에서 협박을 직접 들었다기보다 출입이 끊길까 두려워 먼저 맞춰 준 쪽이었다고 했다.

태준은 수정된 문장을 읽었다. 나쁜 사람이 덜 나빠 보이도록 바뀌는 수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기가 더 불편해지는 쪽으로 사실을 고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 사실 하나가 신뢰를 돌려주지는 않았다.

수아의 어머니도 일부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진우를 용서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누나와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고 싶은지 묻는 사람에게는, 자기에게 그 사람들의 배급을 끊을 권한을 맡기지 말라고 했다.

“우리 애 아빠가 없어진 건 그걸로 안 돌아오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누군가의 분노를 대신 표현해 준다는 사람들도 그 앞에서는 말을 멈췄다. 태준은 그 말을 기록하기 전에 적어도 되는지 물었다. 여자는 자기 뜻이 바뀌지 않게 적으라고 했다.


열쇠는 작은 소리를 내며 계산대에 놓였다.

태준은 친구가 그 열쇠로 처음 문을 열던 밤을 떠올렸다. 새벽 배송이 늦으면 들어와서 상자를 놓고 가도 된다고 했었다. 가게를 소유하게 된 뒤 남에게 건넨 첫 권한이었다.

진우는 미안하다고 했다.

태준은 그 말을 받지 못했다.

“지금 그 말로 내가 뭘 해 줘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가 말했다.

진우는 고개를 숙였다.

“네가 살린 가족은 여기 있어. 그러니까 이제 다른 사람 가족이 어떻게 됐는지도 봐.”

태준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경호가 남긴 미지급 노동과 피해 기록이었다. 진우는 그것을 바로 잡지 못했다. 태준은 기다렸다.

마침내 종이가 건너갔다.

이번에는 물건을 팔아서 얻는 성장 표시가 없었다. 친구에게 넘길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용서, 면책, 없던 일이 된 과거. 그는 그런 것을 거래할 권한이 없었다.


진우가 나간 뒤 태준은 문턱에 한동안 서 있었다.

서린이 옆에 왔다. 어깨에 손을 올리지는 않았다. 태준은 지금 누가 몸을 건드리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녀는 그걸 모를 수도 있었는데도 기다렸다.

“가족을 데려와서 다행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 친구를 안 구했으면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그는 자기 입으로 말하고 나서 숨을 삼켰다.

서린은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생각이 든 것과 그렇게 한 것은 다릅니다.”

그녀가 말했다.

태준은 그 차이를 붙잡고 잠깐 눈을 감았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보다 자기에게 일어난 생각을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은 더 필요했다.

그는 문 안으로 돌아왔다.

진우가 비워 둔 배송 자리에는 새 담당자 두 사람을 배정해야 했다. 한 사람이 편하게 하던 일이 이제 여러 손으로 나뉘었다.


저녁에 동쪽에서 새 소식이 왔다.

징수군의 전열이 움직이고 있었다. 교량 건너 대피 거점들이 통행 제한 전에 사람을 옮기려 했다. 어느 길은 이미 군과 피란민이 함께 밀려들어 막혔다고 했다.

서린은 내일 새벽 이동을 제안했다.

차량과 걸을 수 있는 사람, 먼저 옮겨야 할 사람을 나눠야 했다. 태준은 예약장부를 열어 구호품 인도 지점을 등록했다. 학교에서 쓰던 표식을 교량 가까운 임시 수령소에도 붙이기로 했다.

주민들이 다시 모였다.

조금 전까지 배반자의 가족을 논하던 사람들이 누군가의 가족을 옮길 준비를 했다. 세상은 한 가지 감정으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태준은 새 출발 명단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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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ChatGPT · 검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