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멸망한 세계의 편의점은 영업 중 7화 — 창고까지 이십 분이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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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탑 경비는 유정호에게 계약 조항을 읽어 보라고 했다. 단지 전체의 담보를 관리한다는 말이 반복되었다. 어떤 창고의 어떤 물건에 대한 조항인지 질문하면 답이 흐려졌다.
태준은 그 답을 놓치지 않았다.
“전체 담보라는 표지를 붙였다고 안에 있는 물건이 다 같은 주인인 건 아닙니다. 확인할 시간 주십시오.”
경비는 태준을 밀어내려다 서린을 봤다. 그녀의 뒤에는 무전기를 든 해민이 서 있었다. 지금 싸워서 얻을 게 많은 상황은 아니었다. 유정호가 다른 입주자 이름까지 크게 부르자 경비는 욕을 하고 옆문을 열었다.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돌아오는 길의 통행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창고 안은 달지 않은 먼지 냄새가 났다.
과자 창고라면 단 냄새가 날 줄 알았던 루크 같은 생각을 태준도 잠깐 했었다. 실제로는 골판지와 오래된 지게차, 새로 들어온 흙 냄새가 섞였다. 천장의 패널 하나가 내려앉아 바닥에 물이 고였다.
유정호는 자기 물건이 있는 구획을 열어 주었다.
밀가루와 콩, 통조림, 각종 포장지. 그가 팔던 잡화 재고였다. 태준은 전부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 양도할 수 있는 품목과 가져가면 안 되는 물건부터 구별했다. 다른 가게에서 맡긴 위탁 재고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이름표를 지킨 상인
유정호는 그 이름표를 지키려고 여기 남았다고 했다.
이름표를 지킨 상인
“내 거 아닌 거 팔아 버리면 나중에 누가 내 말 믿겠소.”
그의 발목은 부어 있었다. 태준은 종이에 사인을 받기 전에 사람이 먼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호는 가족이 있는 학교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 말 때문에 승합차의 남은 적재 공간이 또 줄었다.
태준은 목록을 고쳤다.
손수레로 실을 수 있는 것부터 인도 확인을 받았다. 일부는 가져가서 팔고 일정 몫을 유정호에게 돌려주기로 했고, 일부는 구호 계약의 제공자로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 가치가 다른 물건들을 무조건 같은 무게로 치지 않았다.
상자 너머의 봉인
젖은 골판지 상자 너머에 낯선 금속 봉인이 보였다.
상자 너머의 봉인
같은 구획에 놓일 리 없는 길쭉한 상자였다. 표면에는 게임에서 보던 문자가 깊게 새겨져 있었다. 태준이 손을 뻗자 만수가 팔을 붙잡았다.
노인의 손아귀는 뜻밖에 단단했다.
“그건 먼저 열지 말게.”
“뭔데요?”
만수는 상자 옆의 작은 표식을 읽었다. 입술이 움직였다가 멎었다. 젤리 가격을 따질 때와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먹을 게 아니야. 보급품 표식인데, 살아 있는 사람이 만지는 순서가 따로 있어.”
태준은 상자를 내려놓았다. 노인이 읽은 것은 문자뿐이 아니었다. 어디를 보아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태준은 그 사실을 기억해 두었다.
해가 지자 창고 안쪽에서 움직임이 빨라졌다.
정문 쪽 경비들은 통행을 끝내겠다고 소리쳤다. 남아 있던 입주자들이 항의했다. 그들은 안쪽 사람을 세지도 않은 채 문을 닫으려 했다. 서린은 태준에게 오늘 밤 무리하게 돌아가지 말자고 했다.
태준은 예약장부를 봤다.
학교의 내일 공급이 걸려 있었다. 돌아가지 않으면 다시 시간을 어기는 셈이었다. 그러나 비 오는 밤, 길을 모르는 차에 다친 사람을 더 태우고 나가는 것이 어떤 비용인지 이제 알았다.
그는 무전을 잡았다.
가게의 상철에게 야간 귀환을 미룬다고 말했다. 확보한 품목과 인원, 예상보다 늦어진 이유를 하나씩 알렸다. 상철은 두 번 되물은 뒤 학교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태준은 죄송하다는 말 대신 오늘 약속한 물량 가운데 늦을 것을 정확히 불렀다.
전할 수 있는 사실이 사과보다 먼저였다.
창고 바닥에 앉았을 때 양말 속이 축축했다. 경호는 신발을 벗으려다 멈췄다. 다시 신을 마른 것이 없었다. 서린이 태준의 시선을 따라가더니 내일 실을 목록을 달라고 했다.
그녀는 양말과 신발 앞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잠들기 전 태준은 내일의 차량 배치를 다시 그렸다. 사람을 태우는 승합차와 물건을 싣는 트럭을 따로 적고, 각자 내리고 타는 자리를 표시했다. 빈 좌석은 있었지만 아무 데나 상자를 쌓으면 문이 열리지 않았다. 태준이 물품 하나를 더 넣을 수 있다고 말할 때마다 서린은 다친 사람이 내리는 동작을 실제로 해 보였다.
그들은 상자 세 개를 내려놓았다.
놓고 갈 물건의 이름이 종이에 남았다. 가져오지 못하는 것이 생겼다고 아무도 실패라고 말하지 않았다. 태준은 손바닥이 아파 종이를 한 번 접었다 폈다. 물건을 덜 실은 이유를 돌아가서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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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ChatGPT · 검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