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멸망한 세계의 편의점은 영업 중 20화 — 엘프는 컵라면을 불려 먹는다

STORY2026.10.29·15분 읽기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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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나간 뒤 에린이 발 크기를 적는 표를 보여 주었다. 길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폭과 신발 안쪽의 모양까지 작은 그림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 표는 태준의 상품 설명보다 오래된 지식이었다.

그는 그대로 베껴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에린은 자기 가게 이름을 남겨 두면 괜찮다고 했다. 태준은 새 종이에 출처를 크게 적었다. 다른 세계에서 얻은 지식까지 공짜로 자기 발명처럼 팔고 싶지는 않았다.

그 과정에서 가방의 지퍼가 걸렸다. 에린이 손을 내밀자 태준은 휴대전화를 보여 주려는 줄 알고 화면을 켰다. 에린은 전화가 아니라 지퍼 끝의 작은 고리를 가리켰다. 장갑을 낀 채로도 잡기 쉬운 물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태준은 자기 가방을 내려다보았다. 눈앞의 신기한 화면보다 지퍼 고리가 상품이 될 수도 있었다. 그는 가져온 제품을 홍보하기 전에 사람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더 물어보기로 했다.

이네스가 그의 메모 양을 보고 오늘 안에 돌아갈 생각은 있느냐고 물었다. 태준은 시간을 보고 급히 종이를 접었다. 에린은 이런 상인은 물건보다 질문을 더 무겁게 들고 간다며 웃었다.

에린이 내놓은 곡물도 마찬가지였다. 적은 물로 조리할 수 있는 종류가 있다고 했지만, 태준은 바로 대량 구매를 약속하지 않았다. 자기 쪽 사람이 먹을 수 있는지, 보관과 조리에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확인해야 했다.

에린은 샘플 봉투를 두 개로 나누었다.

설명을 적은 종이가 물건보다 두꺼웠다.


컵라면은 협상의 중심에 없었다.

태준은 그저 간편식 샘플 가운데 하나로 꺼냈다. 물과 열을 쓰는 양을 설명하고, 그 물을 누가 부담할지도 먼저 정했다. 에린은 자기가 맛볼 것이니 자기 몫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그림을 보며 뚜껑을 반쯤 열었다.

물 붓는 선은 제대로 맞췄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태준이 기다릴 시간을 알려 주었는데도 에린은 다른 장부를 보기 시작했다. 정해 둔 시간이 지나고 한참 뒤에도 뚜껑을 열지 않았다.

“이제 드셔도 됩니다.”

태준이 말했다.

에린은 고개를 끄덕이고도 다른 손님의 계산을 먼저 했다. 태준은 컵 속 면이 점점 부는 모습을 상상했다. 자기 가게에서라면 손님 취향에 끼어들지 않았을 텐데, 여기서는 상품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졌다.

마침내 뚜껑이 열렸다.

면은 국물을 거의 먹고 통통해져 있었다.

엘프의 컵라면

태준은 표정을 관리하지 못했다. 에린은 한 입 먹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20화 엘프의 컵라면 장면을 그린 AI 삽화엘프의 컵라면

“부드럽네요.”

통역판이 말했다.

“원래는 이거보다 조금…”

태준이 말끝을 흐렸다.

“덜 자란 겁니까?”

“아뇨. 자라는 음식은 아닙니다.”

에린은 면을 한 번 더 봤다. 이네스가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태준은 그제야 자기가 무슨 설명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뜨거운 물을 먹고 커지는 물건을 앞에 두고 자라는 게 아니라고 우기고 있었다.

그는 양말을 팔러 와서 라면 생물학을 설명하는 사람이 되었다.


에린은 두 번째 컵도 같은 방식으로 먹었다.

이번에는 태준이 말리지 않았다. 엘프가 모두 그렇게 먹느냐고 묻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엘프가 어떻게 먹는지 자기가 왜 아느냐는 답이었다.

태준은 순순히 사과했다.

에린은 괜찮다고 하고 면을 집었다. 부드러운 음식이 좋은 이유는 오래 씹으면 턱이 아파서라고 했다. 옛 전쟁 때 다친 뒤 남은 문제였다. 그녀가 농담처럼 말해 태준도 처음에는 같이 웃을 뻔했다.

이유를 듣고 나서는 제품 설명을 조금 바꾸었다.

맛있게 먹는 방법을 하나만 정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보관 조건과 안전하게 써야 할 부분은 그대로 설명했다. 취향을 고치는 것과 필요한 정보를 주는 일은 달랐다.

에린은 메모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빨리 파는 사람은 아니네요.”

그녀가 말했다.

태준은 그게 칭찬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에린은 둘 다일 수 있다고 했다. 이네스가 다시 웃었다. 이 시장에서는 한 문장이 하나의 뜻만 가져야 하는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가게 안쪽에는 군용 식기가 쌓여 있었다.

에린은 더는 쓰지 않는 부대 물건을 받아 팔기도 한다고 했다. 하나씩 주인이 사라진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팔 수 없어서, 지금 쓸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하려 애쓴다고 했다.

태준은 금속 그릇 하나를 집었다.

바닥에 작은 문양이 있었다. 원 안에 길게 뻗은 세 갈래 선. 도시 압류 통지서에서 본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이네스가 가까이 와 그릇을 보았다.

그녀의 웃음이 사라졌다.

리겔의 고향 표지라고 했다.

그릇에 남은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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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ChatGPT · 검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