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SF] 답장은 오지 않는다 12화 — 두 AI의 예의 바른 싸움
같은 답을 받기 전에 같은 질문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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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조건을 적어두는 시험
이미 모은 기록 가운데 조건이 알려진 자료를 골라, 두 분석 계통에 같은 범위로 주는 일이었다. 어느 것은 장비 내부 기준 측정이었고 어느 것은 환경 관측이었다. 이름표를 가리되, 해석에 필요한 측정 조건까지 지우지는 않았다.
유라는 그 차이를 강조했다.
“출처를 가리는 것과 조건을 없애는 건 달라요. 장비마다 다른 값을 아무것도 모른 채 맞혀보라고 하면 시험이 아니라 점치기예요.”
보리와 고래의 비교 결과는 별도 저장됐다. 두 기계가 서로의 답을 읽고 비슷하게 고치기 전에 처음 판단을 남겼다.
이도는 그 절차를 보고 말했다.
“시험 보는 애들 책상을 떨어뜨려 놓는구나.”
“같은 틀린 답을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첫 번째 자료 묶음에서는 둘 다 비슷한 판단을 했다. 관측 조건 안에서 장비의 열 변화와 함께 움직이는 성분이 있었다. 생물 활동이라고 부를 근거는 없었다.
두 번째 묶음에서 갈렸다.
보리는 환경 기원 가능성을 더 남겼다. 고래는 내부 기준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분류했다.
양쪽의 결론을 바꾼 것은 길고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었다. 읽을 수 있는 측정 범위와 허용 오차, 대조 자료가 포함됐는지가 결과를 갈랐다.
유라는 고래의 요청에 따라 빠졌던 기준 측정을 추가했다.
보리의 판단이 바뀌었다.
보리가 새 장비의 낮은 신호 처리 과정을 설명한 자료를 보내자 고래의 분류도 한 단계 완화됐다.
이도는 두 변화의 순서를 지켜봤다.
“사과는 안 하네.”
“입력 조건에 따른 판단 갱신입니다.” 보리가 말했다.
“좋겠다. 사람은 그 앞에 말이 길어지는데.”
세 번째 묶음에서는 둘 다 결론을 유보했다.
유라는 그 결과에 가장 오래 머물렀다.
같은 말을 했다고 맞는 것은 아니었다. 두 계통이 함께 놓친 공통 원인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무엇을 더 재야 서로 다른 설명을 가를 수 있는지는 좁혀졌다.
현재 상태를 지키면서 관측 간격을 일부 조정하는 안.
장비 내부 기준과 환경 관측의 순서를 바꿔 비교하는 안.
열을 더 넣기 전에 자연스럽게 변하는 구간을 충분히 남기는 안.
각 안에는 잃을 자료와 얻을 자료가 함께 적혔다.
서린이 셋째 안을 가리켰다.
“이걸 하려면 무엇을 포기하지?”
보리가 다른 관측 한 묶음을 표시했다. 통신과 전력은 무한하지 않았다. 같은 시간에 모든 것을 모을 수 없었다. 유라가 좋아했던 고해상도 연속 관측 일부를 줄여야 했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이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정은 유라가 했다.
“그걸 줄이죠. 대신 원시 자료를 없애진 말고, 필요한 구간을 정해서 남겨요.”
그 순간 보리와 고래의 싸움은 사람의 일정표를 바꿨다.
시험은 시작 전에 달라진다
공동 시험을 시작하려던 날, 바늘의 관측 순서가 한 번 늦어졌다.
큰 사고는 아니었다. 통신 중계 창이 예상보다 짧아져 자료 일부가 다음 묶음으로 넘어간 것이다. 바늘은 현장에 저장하며 유지 상태를 지켰고, 마루의 화면은 마지막으로 받은 값 옆에 지연 표시를 붙였다.
디에고는 그 표시를 보았다.
유라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대조 관측이 첫 번째 묶음과 함께 비교돼야 한다는 걸 보았다.
보리는 예정 시간 안에 새 요청을 보내지 않으면 관측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표시했다.
고래는 새 계획의 비교 조건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짧은 공백 안에 네 종류의 시계가 겹쳤다. 관측한 시각, 보내려고 정한 시각, 실제 도착한 시각, 다음 작업이 유효한 시각.
이도는 첫날부터 이 중 하나만 읽었으면 머리가 훨씬 편했을 것 같았다.
그 대신 바늘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지금 시작하면?” 서린이 물었다.
보리는 두 안을 보여줬다. 도착을 기다리지 않고 사전에 검증된 현장 조건만으로 진행하는 안과, 현재 창을 넘기는 안이었다. 첫 번째는 관측을 얻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마루가 확인하려던 옛 자료와의 비교 조건 일부를 나중에 판단해야 했다.
고래의 권고는 보류였다.
유라가 화면을 확대했다.
바늘의 장비 상태는 허용 범위 안이었다. 위험하니까 무조건 멈추라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시험으로 무엇을 알 수 있을지, 그 목적이 아직 성립하는지가 문제였다.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작업하고,” 그녀가 말했다. “지금 해서 의미가 있는 작업은 다르네요.”
서린이 대답을 기다렸다.
유라는 검은 구간을 짚었다. 아직 오지 않은 대조 관측이었다.
“이걸 잃은 채로 하면 또 같은 말을 하게 돼요. 조건이 달랐다고.”
그녀는 이번 창을 넘기는 쪽에 표시했다.
그 순간 마음이 조금 아팠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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