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SF] 답장은 오지 않는다 12화 — 두 AI의 예의 바른 싸움
같은 답을 받기 전에 같은 질문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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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조건을 읽을수록 두 판단은 덜 바보 같아졌다.
이도는 종이를 돌려보았다.
“싫어하는 위험이 다르네.”
“그 위험이 누구에게 허용된 건지도 봐야지.” 서린이 말했다.
보리가 계획을 제안한다고 문지기의 한도가 바뀌지는 않았다. 고래가 보존을 요구한다고 새 임무의 책임자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과학 목표와 제어 권한, 옛 임무의 제한 근거를 한 칸에 섞을 수는 없었다.
서린은 첫 번째 회의 결론을 짧게 남겼다.
추가 가열 보류. 현재 유지 상태 계속. 비교 조건 확인.
보리가 정중하게 응답했다.
고래도 정중하게 응답했다.
이도는 두 문장을 보고 물었다.
“인간에게만 회의 피로가 쌓이는 건 불공정하지 않아?”
“기계에도 전력이 듭니다.”
“그걸로 위로하지 마.”
이름을 가리면 불편해지는 사람
점심에는 논쟁이 식탁으로 따라왔다.
물론 두 AI는 식당까지 쫓아온 것이 아니었다. 이도가 휴대 화면을 가져왔고, 유라가 그 화면을 뒤집었다.
“식사부터.”
“기계는 벌써 열두 번 답했어.”
“우리는 네 번 씹고 삼켜야 해요.”
디에고가 자기 음식을 들여다보았다.
“네 번이면 부족한 것 같은데요.”
“비유예요.”
“현재 대화에서 검증되지 않은 식사 권고가 감지됐습니다.” 보리가 말했다.
서린이 천장의 스피커를 보았다.
“너도 쉬어.”
식당이 조용해지자 누군가 웃었다. 유라였다.
그녀는 벽에 붙은 달력의 날짜를 보았다. 바늘의 작업이 시작된 지 여러 주, 고래의 단말을 읽기 시작한 지 며칠이었다. 오래 걸리는 일들이 겹치자 큰 발견도 근무표의 작은 칸에 들어갔다.
“전 새 관측을 하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이도는 대답 대신 기다렸다.
“보리 제안을 읽기 전부터요. 지켜야 할 게 있다는 말도 맞겠죠. 그래도 계속 기다리는 동안 장비가 고장 나면, 우린 온 이유를 잃을 수도 있잖아요.”
서린이 물었다.
“그래서 어느 위험을 감수할 건가?”
유라는 바로 말하지 못했다.
그 질문은 발견하고 싶은지 묻는 것과 달랐다.
이도가 음식 봉지를 내려놨다.
“나는 고래를 꺼내오고 싶었어. 처음 응답했을 때.”
디에고가 그를 보았다.
“얼음 밑에 어떤 몸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래. 알고 하는 소리가 아니었어.”
이도는 잠깐 웃었다.
“기계가 아직 일한다고 하니까, 퇴근 좀 시켜주고 싶더라고.”
서린은 그 말을 지우라고 하지 않았다. 장비를 아끼는 마음이 정비사의 결함은 아니었다. 다만 고래를 구하겠다는 마음이 고래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을 밀어내면 문제가 됐다.
유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서로의 기대를 알고 나서 화면을 다시 뒤집었다.
가와 나라는 이름이 남아 있었다.
누가 어느 쪽인지 잠깐 헷갈렸다.
그게 도움이 됐다.
보존 대상은 살아 있다고 하지 않았다
고래의 제한 근거 일부가 추가로 읽혔다.
자료는 깔끔한 비밀 문서가 아니었다. 긴 운용 기록의 중간에 보존 조건 변경이 끼어 있었다. 변경 사유와 당시의 관측 묶음, 그 뒤 되돌리지 않은 항목들이 연결돼 있었다.
‘생명 발견.’
그 문장은 없었다.
유라는 검색 결과가 비어 있는 걸 확인한 뒤, 검색어를 바꿨다.
‘대조.’
목록이 길어졌다.
고래가 지켜온 것 중 하나는 옛 임무가 열을 넣은 구역과 그 영향을 덜 받은 구역 사이의 비교 가능성이었다. 어느 곳은 이미 실험으로 달라졌고, 다른 곳은 그 변화와 비교하기 위해 남겨둬야 했다.
보존 대상이란 비밀 생물이 아니라,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고래가 가진 설명이 모두 맞는다는 뜻도 아니었다. 11년 사이 얼음은 움직이고 환경은 달라질 수 있었다. 오래 지켰다는 이유로 현재 대조군으로 완벽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디에고는 관측이 끊긴 구간을 표시했다.
“계속 지켜봤다는 요약은 안 쓰겠습니다. 주기적으로 본 거고, 여기와 여기는 자료가 없어요.”
유라는 그 빈 구간을 종이에 옮겼다.
이도는 손가락으로 경계를 짚었다.
“바늘 위치는 이 대조 구역 밖이었지?”
“현재 좌표 대응과 오차 범위에서는 그렇습니다.” 디에고가 말했다. “이번 제한은 위치가 겹친다는 주장보다, 열 반응을 비교하는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쪽이에요.”
장비가 다른 지점에 있어도 잘못된 비교를 할 수 있었다.
보리는 자신이 현재 자료로 할 수 있는 추론과 고래의 과거 자료가 필요한 추론을 나눴다. 고래는 새 장비의 열 모델과 관측 간격을 요청했다.
서로를 덮어쓰는 명령은 오가지 않았다.
공손한 싸움이 처음으로 조금 쓸모 있는 질문을 만들고 있었다.
먼저 틀릴 수 있는 시험
비교 시험의 첫 단계에는 유로파를 새로 데울 필요가 없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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