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SF] 답장은 오지 않는다 12화 — 두 AI의 예의 바른 싸움
같은 답을 받기 전에 같은 질문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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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8년을 배경으로 한 창작 SF 연재소설입니다. 미래 AI·탐사 장비와 사건은 허구이며, 실제 자율탐사 기술의 근거는 말미에 따로 소개합니다.
귀하의 우려를 이해합니다
두 AI의 싸움은 먼저 존댓말을 쓰는 쪽이 이기는 형식이었다.
적어도 서이도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귀하의 관측 제안을 확인했습니다. 보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고래의 옛 상태 문법을 읽은 보리의 목소리가 말했다. 잠시 뒤 똑같은 목소리가 다른 편을 읽었다.
“귀하의 보존 요구를 확인했습니다. 현재 자료만으로 해당 제한의 범위를 재현할 수 없습니다.”
이도는 손을 들었다.
“잠깐. 같은 목소리로 양쪽을 하면 내가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어.”
“편을 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 문장은 네 입장이야, 고래 입장이야?”
“현재 보리의 안내입니다.”
“세 명이었군.”
황디에고가 음성 읽기를 한쪽만 켜고 다른 쪽은 글자로 남겼다. 벽에는 호박색 원 하나와 흰 사각형 하나가 나란히 놓였다. 보리와 고래의 표시였다. 사람 얼굴을 붙이지 않은 덕에 적어도 표정이 상했다고 오해할 일은 없었다.
두 AI가 실제로 화를 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오가는 것은 제한된 형식의 질의와 제안이었다. 이도는 그것을 싸움이라고 불렀지만, 문장만 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는 기계 두 대였다.
양쪽 모두 상대를 돕기 위해 상대가 틀렸을 가능성을 적고 있었다.
민유라는 의자에 앉아 첫 두 요청을 다시 읽었다.
보리는 바늘이 만난 국소 액체층 주변에서 새 관측을 제안했다. 관통기를 앞으로 밀자는 계획이 아니라, 현 상태에서 가능한 제한된 열 운전 변화와 관측의 순서를 조정하는 안이었다. 이미 넣은 열에 대한 반응을 보면 자연 변화와 장비 영향을 조금 더 분리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고래는 추가 가열을 보류하라고 했다.
예전 임무의 자료 중 새 관측과 닮은 변화가 있었다. 단, 고래가 공개한 것은 전체 원본이 아니라 제한된 비교 결과였다. 보리는 그 제한을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조건이 맞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둘 다 그럴듯하네.” 이도가 말했다.
“그럴듯해서 회의하는 겁니다.” 유라가 대답했다.
서린이 두 표시를 보았다.
“그럼 기계 이름부터 잠깐 지우자.”
디에고가 고개를 들었다.
“표시요?”
“옛 기계가 겁이 많고 새 기계가 용감하다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호박색 원과 흰 사각형이 사라졌다. 화면에는 제안 가와 제안 나만 남았다.
이도는 속으로 어느 쪽이 어느 쪽인지 계속 기억하려 했다.
유라가 그를 보았다.
“얼굴에 써 있어요.”
“내 얼굴은 보안이 너무 약해.”
같은 것은 어디까지 같은가
첫 번째 비교에서는 제목이 같았다.
두 자료 모두 ‘액체 경계 주변의 반복 변화’로 요약돼 있었다. 그 아래로 내려가자 같은 것이 줄어들었다.
관측 시각이 달랐다.
센서가 달랐다.
측정 앞뒤로 장치가 열을 넣은 순서가 달랐다.
하나는 공간을 넓게 묶은 값이었고, 다른 하나는 좁은 지점의 시간 변화를 따라갔다. 자료를 요약한 화면에서는 둘 다 매끈한 곡선이었다. 매끈하다는 공통점이 같은 현상이라는 근거는 아니었다.
유라가 두 그림의 세로축을 다시 펼쳤다.
“아, 이거.”
그녀는 말끝을 삼켰다.
옛 기록을 변환하는 과정에서 표시 범위가 자동으로 맞춰져 있었다. 덕분에 두 패턴은 모양만 보면 아주 비슷했다. 원래의 단위와 기준 측정을 남겨뒀기 때문에 되짚어볼 수 있었다.
디에고가 화면을 고쳤다.
비슷한 곡선 두 개 중 하나가 납작해졌다.
이도가 웃으려다 말았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바보가 저지르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 읽을 수 없던 장비의 자료를 한 화면에 올리는 데 성공하면, 다음 사람은 그 화면을 믿기 쉬웠다.
보리는 변환 단계가 판정에 끼친 영향을 다시 계산했다. 고래의 비교 요청에도 원래의 척도와 관측 범위를 명시하도록 조건을 붙였다.
그렇다고 논쟁이 끝나지는 않았다.
단위가 맞아도 가열을 해도 되는지 답은 남았다.
“내가 기대한 건,” 이도가 말했다. “누가 소수점을 잘못 찍어서, 미안하다 하고 끝나는 거였는데.”
“오늘은 소수점이 억울합니다.” 보리가 말했다.
유라는 종이 한 장을 테이블 가운데 놓았다. 가와 나 아래에 각각 세 칸을 그렸다.
무엇을 봤나.
무엇을 하려 하나.
무엇을 잃으면 안 되나.
“관측이 다르고 목표도 다를 수 있어요.”
보리의 안은 새로운 정보의 가치를 크게 보았다. 모르는 원인을 구분하려면 현재의 안전 한도 안에서 관측 조건을 바꾸는 편이 낫다는 쪽이었다.
고래의 안은 한 번 바꾸면 다시 만들 수 없는 비교 상태를 지키는 데 높은 우선순위를 줬다. 새로운 열 변화가 관측을 풍부하게 하면서 오래된 기준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쪽이었다.
어느 쪽도 그냥 ‘발견하라’나 ‘아무것도 하지 마라’라는 한 문장이 아니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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