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SF] 답장은 오지 않는다 11화 — 11년 된 음성 사서함
꺼진 단말 뒤에서 아직 근무 중인 기계가 응답했다
AI가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실제 AI 기술에 근거하며, 활용 장면·인물·미래 상황에는 허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보리가 그것을 현재 화면의 단위로 바꾸려 했다. 디에고가 손을 들었다.
“원문 먼저.”
원래 값이 왼쪽에 남고 변환 값이 오른쪽에 생겼다. 기준 시각을 다르게 쓰던 필드 하나가 표시됐다. 한쪽에서는 일정 시점부터 센 초를 썼고, 다른 쪽에서는 임무 시작을 기준으로 했다.
그 차이를 놓치면 11년 전에 남긴 자료가 방금 만들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장치가 깨어난 시각과 기록된 사건의 시각을 분리합니다.” 디에고가 말했다.
이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에서 깨면서 젊어지는 기능은 없군.”
“현재 팀원 중에는 그 기능을 원하는 분이 있습니다.” 보리가 말했다.
서린이 화면을 보며 물었다.
“누구지?”
“익명 요청으로 전환했습니다.”
단말이 내보낸 첫 목록에는 음성 파일이 세 개 있었다. 하나는 끝까지 읽혔다. 두 개는 저장 구역 일부가 손상돼 있었다.
보리는 손상된 부분에 들어갈 법한 문장을 제안할 수 있었다. 원래 목소리의 억양까지 흉내 내는 모델도 지구에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결과도 이 사서함에서 되찾은 사실은 아니었다.
유라가 재생기의 빈 구간 표시를 확인했다.
“복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데까지만.”
오류 정정 정보로 회복 가능한 자료와, 그럴듯하게 채워야만 이어지는 문장은 달랐다. 읽을 수 있는 사본과 검증 값을 비교하고, 순서를 보장할 수 없는 조각은 따로 두었다. 단어 하나가 비면 단어 하나가 빈 채로 남았다.
그렇게 듣게 된 첫 문장은 기대보다 평범했다.
‘다음 담당자에게.’
여자의 목소리였다.
조금 피곤했고, 그다음에는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
이도는 자기가 허리를 펴는 걸 느꼈다.
11년 전 지구에서 녹음된 목소리가 중계와 저장 장치를 거쳐 여기까지 남아 있었다. 지금의 사람을 부르는 말은 아니었을 텐데, 누구도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았다.
다음 담당자는 그들이었다.
최경아의 목소리
‘장비를 인수하면, 가장 먼저 회수 캡슐의 자원 예약을 확인해 주세요.’
끊어진 문장까지 함께 듣는 사람들
디에고가 눈을 들었다.
이도는 마루의 빈 받침을 떠올렸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자리에 기지가 계속 열을 넣고 있던 날. 네 사람뿐인 식량표에 다섯 번째 사용자가 끼어 있던 날.
음성이 이어졌다.
‘이 예약은 탑승 인원을 뜻하지 않습니다. 회수물 보관과 격리를 위한 열·전력 여유입니다. 임무 간 인수 과정에서 자원 이름이 바뀌면 잘못 계산될 수 있습니다. 받는 쪽 장부에서 확인해 주세요.’
마지막 문장이 끝나자 누군가 마이크 가까이에서 한숨을 쉬었다.
‘장부 이름 좀 통일해주시면 좋겠네요.’
이도가 웃었다.
너무 갑자기 웃어서 자기 목소리가 낯설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 남긴 말이 맞네.”
유라는 그를 보았다. 그 말이 최경아가 지금도 살아 있는지 확인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지구의 오래된 팀원이라는 이름 옆에는 현재 연락처가 없었다. 그들이 듣는 것은 11년 전 한 사람이 일하며 남긴 투덜거림이었다.
거창한 탐사 유언은 아니었다.
그 점 때문에 더 가깝게 들렸다.
서린이 재생을 잠깐 멈췄다.
“원본 보존. 자원 예약 처리 이력과 연결해.”
디에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 사건이 비로소 끝난 듯했다. 그때 고쳤던 오류는 실제였지만, 오류 아래에 있던 예약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빈 장비 받침을 사람 자리로 착각한 기지의 계산을 고쳤다. 기다림의 출처까지 지운 것은 아니었다.
다음 구간에는 빈칸이 있었다.
사람의 목소리가 끊겼다가 이어졌다.
‘……접근 제한은 표면 위치만으로 판단하지 마세요. 시험 이후의 열 이력과 관측 조건이……’
단말이 무음을 내보냈다. 손상된 자료였다.
보리는 그 사이에 어떤 말이 들어갈지 말하지 않았다.
이도는 입술을 깨물었다. 기다리다 보면 문장 끝을 자기가 이어 쓰고 싶어졌다. 평생 금속 부품 사이의 빠진 조각을 찾아온 사람이었다. 목소리의 빠진 부분도 모양을 맞추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만들면 더 나빠지는 부품이었다.
‘현장 장비는 제한 구역을 지키도록 설정돼 있습니다. 보호할 대상과 관측 기록을 따로 보존합니다. 회수 우선순위가 바뀌더라도……’
다시 빈칸.
파일 끝에는 짧은 덧붙임이 남았다.
‘연락이 오지 않으면, 같은 작업을 반복하지 마세요.’
조작실이 조용해졌다.
유라는 메모 끝에 밑줄을 치지 않았다. 문장 하나가 너무 강해서, 다른 기록을 모두 그 문장에 맞춰 읽게 될까 봐 그랬다.
서린이 먼저 말했다.
“무슨 작업인지 아직 모른다.”
“예.” 디에고가 대답했다.
“우리에게 보내진 금지 명령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당시의 작업 기록을 더 찾는다.”
이도는 최경아라는 이름을 다시 보았다.
참고 자료
- ESA: Rosetta’s lander Philae wakes up from hibernation (2026.10.24 확인)
- NASA: Chapter 11 — Onboard Systems (2026.10.24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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