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SF] 답장은 오지 않는다 15화 — 관측하지 않은 것은 삭제하지 않는다

요약에서 사라질 뻔한 빈칸과 지루한 원본

STORY2026.10.25·21분 읽기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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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나쁜 의도로 빈칸을 지우지 않았다.

그래도 빈칸은 사라질 뻔했다.

서린은 문제를 두 갈래로 나눴다. 현재 자료의 원본 보존 여부와, 새로 만드는 요약의 표현을 따로 처리하게 했다. 화면을 예쁘게 고쳤다고 저장 문제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도는 자기 역할을 찾았다.

저장 장치의 실제 상태였다.

마루의 기록 장치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전송 중인 자료를 어디까지 받았는지 확인하지 않고 유로파 장치의 원본을 비우면, 두 곳 사이에 생각보다 큰 틈이 생길 수 있었다.

그는 장치 점검 덮개를 열었다.

진짜 서랍은 화면의 사각형보다 무거웠다. 차폐된 금속함과 정리된 케이블, 상태 표시등.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글자 하나가 아니라 작은 금속 물건을 바꿔야 했다.

그가 좋아하는 종류의 일이었다.

그날은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무엇을 못 가져올 것인가

유라는 전부 보관하자는 초안을 만들었다.

디에고는 그 초안을 보고 물었다.

“그러면 다음 사흘 관측은 얼마나 줄일까요?”

유라가 그를 보았다.

화가 난 질문이 아니었다. 실제로 채워야 하는 칸이었다.

장비는 관측하지 않는 동안에도 유지 자원을 썼다. 기다릴수록 모든 조건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바늘이 만난 얕은 물층의 변화는 지금 지나가고 있을 수 있었다. 앞으로 들어갈 작은 수중 장비를 준비하려면 현 상태를 더 알아야 했다.

전부 저장한다는 말은 다른 무언가를 못 본다는 말이었다.

유라는 초안을 접었다.

보리는 여러 선택의 결과를 나란히 제시했다. 반복 영상의 해상도와 빈도를 줄이는 안, 이미 검증해 받은 일부 자료를 현장 장치에서 비우는 안, 원래의 값을 되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압축 가능한 묶음을 먼저 처리하는 안.

무슨 자료든 같은 비율로 작아지는 마법은 없었다.

요약문으로 바꾸는 것과 원본을 되살릴 수 있는 압축도 달랐다.

이도는 점검함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내 작업 영상은 줄여도 됩니다.”

“그건 전체에서 아주 작아요.” 디에고가 말했다.

“기여하고 싶었어.”

유라는 웃다가 눈을 비볐다. 눈이 따가웠다. 그녀는 자신이 몇 시간 동안 화면을 보았는지 그제야 알았다.

서린이 휴식 시간을 정했다.

보리가 아직 계산할 안이 남았다고 했다.

“계산은 계속해. 사람은 돌아와서 읽는다.”

두 계통의 근무 시간이 달라졌다.

이도는 점검함을 닫고 복도로 나왔다.

유라는 문 밖에 서 있었다.

“전부 갖고 싶어 하는 건 제가 제일 심하죠?”

이도는 생각했다.

“그렇게 고른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나머지가 뭘 포기하는지 알죠.”

그녀가 그를 보았다.

“위로예요?”

“자원 협상입니다.”

유라는 잠깐 웃었다.

그들은 조작실로 돌아가기 전, 창이 없는 복도에서 기지의 일정한 공기 소리를 들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소리였다. 듣고 있었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받은 뒤에 비운다

휴식이 끝났을 때 첫 번째 작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루의 보조 기록 장치가 예정된 속도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 자료를 잃었다는 경보는 아니었다. 수신 처리 대기열이 길어지고, 다음 묶음을 받을 여유가 줄어드는 상태였다.

이도는 화면에서 자기 점검 기록을 열었다.

아까 확인한 저장 용량은 충분했다.

용량이 충분하다는 것과 지금 쓸 수 있다는 말은 달랐다.

그는 상태가 바뀐 시각을 읽고 장치의 온도 이력을 불렀다. 온도는 제한 범위 안에 있었지만 평소보다 높았다. 쓰기 속도를 낮추는 보호 동작이 걸려 있었다.

보조 냉각 구역의 흐름이 약했다.

마루의 생명유지 공기가 모두 사라지는 종류의 사고는 아니었다. 작은 기록함을 제때 식히지 못해 자료가 제자리에 앉지 못하는 문제였다.

그 작은 문제 때문에 유로파의 저장 여유까지 줄어들 수 있었다.

“원본을 비우는 순서 멈춰.” 이도가 말했다.

디에고는 이미 멈춰두었다.

아직 마루가 검증하지 못한 묶음을 지워서는 안 됐다. 전송을 시도했다는 기록은 수신 확인이 아니었다.

서린이 물었다.

“현장에 지금 새 관측을 넣으면?”

디에고가 대기열의 길이를 다시 계산했다.

“추가로 쌓입니다. 유지 상태 자료는 계속 받아야 하고요.”

유라는 새 관측 요청 하나를 취소했다.

실제로 실행하기 전에 취소할 수 있는 요청이었다. 현장 장비가 이미 시작한 일을 못 본 척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계획표에서 사라진 줄을 보았다.

이도는 점검함 앞으로 걸어갔다.

눈에 안 보이는 자료를 지키는 일은 결국 어떤 날에는 바람이 지나는 틈을 고치는 일이었다.

서랍이 식기를 기다리는 사람

기록함 안의 팬은 돌고 있었다.

수리기사가 기록 장치의 작은 냉각 안내판을 손 공구로 제자리에 고정한다차가운 기록함으로 돌아오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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